이중언어 환경 아동의 언어평가, 무엇을 고려할까
두 언어를 동시에 습득하는 아동의 언어발달 특징과, 단일언어 기준 검사를 그대로 적용할 때 생기는 한계를 살펴봅니다. 이중언어 아동의 언어평가 시 전문가가 고려하는 핵심 요소를 정리합니다.
다문화가정, 해외 거주 귀국 가정, 부모 중 한 명이 외국어를 주로 사용하는 가정 등 두 언어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이 늘고 있습니다. 이런 아동이 언어평가를 받을 때, 단일언어 아동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표준화 검사를 그대로 쓰는 것이 얼마나 적절한지는 언어재활 분야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주제입니다.
이중언어 아동의 언어발달, 무엇이 다른가
두 언어를 함께 배우는 아동은 각 언어에 쏟는 노출 시간이 단일언어 아동보다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그 결과 어느 한 언어만 놓고 보면 어휘량이나 문법 발달이 또래보다 적어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곧 발달 지연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두 언어에 걸친 전체 언어 지식을 합쳐서 보면 단일언어 또래와 비슷한 수준인 경우도 많다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되고 있습니다.
또한 이중언어 아동에게는 **우세어(dominant language)**가 형성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회에서 더 많이 쓰이는 언어 쪽으로 언어 능력이 빠르게 성장하는 반면, 가정 내 소수 언어는 노출량에 따라 발달 속도가 개인마다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는 언어 능력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입력량(input)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현상으로 이해됩니다.
언어 혼용은 혼란의 신호가 아니다
이중언어 아동이 한 문장 안에서 두 언어를 섞어 쓰는 현상을 **코드 스위칭(code-switching)**이라고 합니다. 한 언어에서 특정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다른 언어 단어로 채우거나, 더 익숙한 표현을 자연스럽게 끼워 넣는 방식입니다.
이 현상은 두 언어가 뒤섞여 혼란스러운 상태가 아니라, 아동이 가진 의사소통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정상적인 전략으로 여겨집니다. 연구자들은 코드 스위칭이 언어 지연이나 장애의 증거가 아니며, 이를 이유로 가정에서 한 언어만 쓰도록 제한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고 일반적으로 설명합니다.
단일언어 기준 검사를 그대로 적용하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
국내에서 사용되는 표준화 언어 검사 대부분은 단일언어 아동을 대상으로 규준을 만들었습니다. 이 규준을 이중언어 아동에게 그대로 적용하면 두 방향의 오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과잉 진단 — 두 언어로 나뉜 어휘 지식을 한 언어로만 측정하면, 정상 발달인 아동이 규준 아래로 나타나 언어 지연으로 분류될 위험이 있습니다.
과소 진단 — 우세어에서는 또래 수준처럼 보이더라도 다른 언어나 특정 언어 영역에서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한 언어만 평가하면 이런 어려움이 감춰질 수 있습니다.
미국언어청각학회(ASHA) 학술 자료에서도, 두 언어 점수를 함께 고려할 때 언어발달장애(DLD) 판별 정확도가 높아진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전문가가 이중언어 아동을 평가할 때 고려하는 요소
이중언어 아동의 언어 능력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일반적으로 고려하는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두 언어 모두 살피기 — 아동이 사용하는 두 언어 모두에서 어휘, 문법, 서술 능력 등을 확인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한 언어에서 어렵더라도 다른 언어에서 정상 범위이면, 이중언어 아동에게서 나타나는 정상 변이일 수 있습니다.
언어 노출 이력 파악 — 각 언어에 노출되기 시작한 시기, 가정과 교육 기관에서의 노출 비율, 아동이 실제로 각 언어를 사용하는 비율을 파악하는 것이 평가의 출발점이 됩니다. 같은 이중언어 아동이라도 노출 이력이 다르면 언어 발달 양상이 크게 달라집니다.
동시적·순차적 이중언어 구분 — 두 언어를 태어날 때부터 함께 배운 아동(동시적)과, 한 언어를 먼저 습득한 뒤 두 번째 언어를 배우기 시작한 아동(순차적)은 발달 경로가 다를 수 있어, 이 배경을 확인하는 것이 해석에 도움이 됩니다.
비표준화 과제 및 보호자 보고 병행 — 표준화 검사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이야기 다시 말하기, 낱말 학습 능력 과제, 작업기억 과제 등을 함께 활용하거나, 가정에서의 언어 사용 양상에 대한 보호자 보고를 수집하는 것이 권장되기도 합니다.
보호자를 위한 안내
아이가 두 언어 모두에서 또래보다 말이 적어 보이거나 언어 혼용이 잦다는 이유로 걱정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중언어 환경에서 나타나는 일부 특징은 정상 발달의 변이일 수 있지만, 걱정이 지속된다면 전문가의 평가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평가 시에는 두 언어 노출 이력을 최대한 자세히 전문가에게 전달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언어 영역별 검사 도구가 궁금하다면 발달검사 영역별 안내를 참고하세요. 언어발달 지연의 일반적인 신호에 대해서는 언어발달 지연, 무엇을 살펴볼까를, 검사일 기준 생활연령 계산은 계산기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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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이중언어 아동 언어발달 및 평가에 관한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합니다. 특정 아동의 발달 수준 판단, 언어장애 진단, 검사 도구 선택은 반드시 언어재활사 등 해당 분야 전문가와 상담하시기를 권합니다.